드디어 서울이에요. 오후 세시 사십오분에 인천공항에 내려서, 공항버스 한 번으로 우리가 보름 동안 지낼 동네 수유동까지 왔어요. 아이니 몸은 아직 텍사스 새벽이라 오늘은 멀리 안 가요. 국수 한 그릇, 동네 뒤 시냇길 산책, 그리고 한국 편의점 첫 구경. 딱 그만큼만 하고 일찍 자는 날이에요.
가는 곳
인천공항, 그리고 공항버스
비행기 문이 열리고 처음 맡는 한국 공기예요. 입국 심사에서 도장을 받고, 빙글빙글 도는 벨트에서 우리 가방을 찾고, 아빠가 전화 유심을 사는 동안 아이니는 공항 창밖으로 비행기 꼬리가 줄지어 선 걸 구경했어요.
공항 1층 문을 나서면 바로 앞이 버스 타는 곳이에요. 6102번 리무진 버스는 우리 동네 수유역까지 한 번도 갈아타지 않고 가요. 큰 가방은 버스 배 속에 넣고, 창가에 앉아 한 시간 반. 바다 위 긴 다리, 갯벌, 그리고 점점 촘촘해지는 아파트가 차례로 지나가요. 내리는 정류장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삼 분.
이런 걸 봐요: 바다 위 긴 다리, 창밖 갯벌, 버스 배 속에 들어가는 우리 가방
인천공항 터미널 안 넓은 홀
인천공항이에요. 세계에서 손꼽히게 큰 공항이라, 도착하고 나서도 한참을 걸어요. 천장이 높고 바닥이 반짝여서 아이니는 캐리어 바퀴 소리가 크게 울리는 게 재미있다고 했어요. 우리는 여기서 1층 밖 버스 타는 곳으로 나갔어요.
인천공항 앞 공항 리무진 버스
공항 앞 버스 타는 곳이에요. 이런 리무진 버스들이 번호마다 줄지어 서요. 우리 건 6102번, 7A-1 승차장. 표는 안에 있는 매표소에서 아빠가 샀어요. 어른 만팔천 원, 어린이 만이천 원. 기사님이 가방을 버스 옆구리 칸에 넣어 주셨고, 아이니는 창가 자리. 한 시간 반쯤, 창에 이마를 붙이고 있다가 잠깐 졸았어요.
인천공항 입국장
입국장이에요. 짐을 찾고 문을 나서면 이 홀이에요. 여기서 유심을 사고, 매표소에서 버스표를 사고, 1층 밖으로 나가요. 갈아타는 게 없어서 첫날엔 이게 제일 편해요.
수유역, 우리 동네
버스가 수유역 앞 큰길 한가운데 정류장에 서요. 거기서 삼 분만 걸으면 우리 숙소예요. 이제부터 보름 동안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수유동은 관광지가 아니라 진짜 서울 사람들이 사는 동네예요. 역 앞엔 국수집과 빵집, 시장이 있고, 뒤로는 북한산이 보여요. 아이니가 매일 아침 '오늘은 어디 가?' 하고 물을 곳이죠.
이런 걸 봐요: 파란 4호선 표지판, 동네 뒤 북한산
수유역 출구와 거리
수유역이에요. 명동까지 이십육 분, 혜화나 동대문까지 이십 분,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가요. 서울의 북쪽 끝 동네라서 아침이면 산이 보이고, 밤이면 시내보다 훨씬 조용해요. 우리는 이 출구를 보름 동안 열여섯 번쯤 드나들 거예요.
수유역 4호선 승강장
수유역 승강장이에요. 파란 4호선. 보름 동안 매일 아침 여기서 시내로 나가고, 밤에 여기로 돌아와요. 역에서 나오면 동네 뒤로 북한산이 보여요. 텍사스에선 아무리 멀리 봐도 평평한데, 여기선 골목 끝마다 산이 서 있어요.
우이천 밤 산책
저녁을 먹고 숙소 뒤로 나가면 우이천이라는 작은 시내가 흘러요. 북한산에서 내려온 물이에요. 물가를 따라 산책길이 나 있고, 올해 여름부터 밤에도 환하게 불을 켜 놓아서 밤 산책이 더 좋아졌대요.
봄엔 벚꽃길로 유명하고, 여름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곳이래요. 우리는 딱 이십 분만 걸었어요. 시차로 눈이 감기는 아이니한테 첫날 밤은 그걸로 충분했으니까요.
이런 걸 봐요: 물가에 켜진 조명, 다리 밑 오리
우이천 산책길
우이천이에요. 북한산 골짜기에서 내려온 물이 동네 사이를 지나 중랑천으로 흘러가요. 양쪽으로 산책길과 자전거길이 나란히 나 있고, 저녁이면 동네 사람들이 운동복 차림으로 걸어요. 우리도 첫날 밤 여기서 서울 공기를 처음 천천히 마셨어요.
밤에 불 켜진 우이천 물가
2026년 6월에 물가를 따라 새로 조명을 달았어요. 어두운 시냇길이 아니라 은은하게 불이 켜진 길이라, 밤에도 아이랑 걷기 좋아요. 물소리가 자동차 소리보다 크게 들리는 게, 서울에서 처음 듣는 소리였어요.
해 질 무렵 우이천 산책길
해 질 무렵 산책길이에요. 봄이면 이 길 양쪽 벚나무가 한꺼번에 피어서 동네 사람들이 다 나온대요. 우리는 9월에 왔으니 초록 잎만 봤지만, 나무 줄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보면 봄이 어떨지 그려졌어요.
놀숲 수유점, 잠 안 올 때 만화방
밤인데 눈이 말똥말똥하면 숙소 옆 만화카페로 가요. 놀숲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푹신한 자리에 파묻혀 만화책을 보는 곳이에요. 밤 열두시까지 열고, 한 시간에 삼천 원.
노래방은 밤 열시가 넘으면 아이가 못 들어가지만, 만화카페는 그런 규칙이 따로 없어서 아빠랑 같이면 늦게까지 있어도 돼요. 아이니는 첫날부터 여기서 한국 만화책을 한 권 골랐죠.
이런 걸 봐요: 벽 가득 만화책, 굴 같은 자리
만화카페 책장과 좌석
만화카페 안이에요. 벽마다 만화책이 빼곡하고, 자리는 굴처럼 파인 칸이나 넓은 마루예요. 라면이나 음료를 시켜 자리에서 먹을 수 있어요. 아이니가 한글 만화를 술술 읽는 걸 보고 아빠가 조금 놀랐어요.
먹는 것
153구포국수 · 잔치국수
서울에서 먹는 첫 밥은 잔치국수예요. 수유역 바로 앞 153구포국수는 하루 종일, 밤에도 문을 열어요. 멸치로 우린 맑은 국물에 가는 국수, 위에 김가루와 계란 지단, 애호박. 한 그릇 칠천오백 원.
시차로 배가 고픈 건지 아닌지도 모를 때, 뜨겁고 순한 국수가 제일 편해요. 아이니는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 게 한국에선 괜찮다는 걸 여기서 배웠어요.
맵지 않아요. 국물까지 다 마셔도 돼요
잔치국수 한 그릇
잔치국수예요. 옛날엔 잔칫날에만 국수를 먹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대요. 긴 국수는 오래 살라는 뜻이라, 생일이나 결혼식에 꼭 나왔죠. 멸치 국물이 맑고 뜨끈해서 비행기에서 마른 목이 풀렸어요.
153구포국수 가게 앞
구포는 부산에 있는 동네 이름이에요. 옛날 구포 나루터에서 국수를 말려 팔던 데서 시작한 국수라, 가게 이름에 구포가 붙었대요. 스물네 시간 여는 국수집이라 늦게 도착하는 첫날 저녁으로 딱이었어요.
카츠아키 · 돈카츠
국수 말고 든든한 게 먹고 싶으면 카츠아키예요. 돼지 등심을 이틀 동안 숙성시켜서 두툼하게 튀긴 돈카츠 집이에요. 로스카츠 한 접시 만오백 원부터.
밤 아홉시까지 열고 주문은 여덟시에 끝나요. 매달 첫째 화요일은 쉬는데, 9월 15일은 셋째 화요일이라 문을 열어요.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소스는 조금만
두툼한 돈카츠 한 접시
돈카츠예요. 일본에서 온 음식인데 한국에서도 아주 오래 사랑받아서, 동네마다 돈카츠 집이 하나씩 있어요. 두툼한 고기에 빵가루 옷을 입혀 튀기고 양배추 채를 산처럼 곁들여요. 아이니는 양배추에 소스 뿌려 먹는 걸 제일 좋아했죠.
경스커피 · 두쫀쿠
수유역 앞 경스커피는 스물네 시간 여는 카페예요. 저녁 여섯시가 지나면 직원 없이 기계로만 주문하는 무인 카페가 돼요. 아이니가 화면을 눌러 직접 주문해 봤어요.
여기 유명한 건 두쫀쿠.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인데, 피스타치오 크림과 바삭한 면이 든 쫀득한 쿠키예요. 하나 오천사백 원. 내일 아침 간식으로 하나 더 샀어요.
달아요. 우유랑 같이
두바이 쫀득 쿠키
두쫀쿠예요. 2025년부터 한국에서 유행한 과자인데, 초록색 피스타치오 크림 속에 가느다란 면 튀김이 들어 있어서 씹으면 바삭하고 쫀득해요. 이름이 재미있어서 아이니가 몇 번이나 따라 말했어요. 두쫀쿠, 두쫀쿠.
한국 편의점, 첫 구경
숙소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렀어요. 한국 편의점은 작은 슈퍼이자 밥집이에요. 삼각김밥, 바나나우유, 컵라면, 그리고 아이니가 처음 보는 과자 수십 가지.
삼각김밥은 비닐을 번호 순서대로 뜯어야 김이 안 찢어져요. 첫날은 실패했고, 둘째 날부터 잘하게 됐죠. 내일 아침거리를 사서 들어왔어요.
삼각김밥은 1, 2, 3 순서로 뜯어요
GS25 편의점 가게 앞
한국 편의점이에요. GS25, CU, 세븐일레븐. 골목마다 하나씩 있고 스물네 시간 열어요.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안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자리도 있고, 택배도 보내고, 돈도 뽑아요. 아이니는 음료수 냉장고 앞에서 제일 오래 서 있었어요.
빙그레 바나나우유
바나나우유예요. 삼각김밥과 함께 한국 아이들의 대표 편의점 간식이죠. 바나나우유는 항아리 모양 통에 들어 있는데, 1974년부터 이 모양 그대로래요. 아빠도 어릴 때 똑같은 걸 마셨다고 해서, 아이니가 아빠 어린 시절을 한 모금 마신 셈이에요.
골라볼까요
첫날 밤, 더 고를 수 있는 것들
첫날은 멀리 안 가요. 그래도 숙소 옆에서 고를 수 있는 게 몇 개 더 있어요.
파리바게뜨 카페수유역점 빵집
아침 일곱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여는 빵집이에요. 내일 아침으로 빵과 우유를 사 두면, 첫 아침에 나갈 필요가 없어요. 한국 빵집엔 소보로, 단팥빵, 소금빵처럼 미국엔 없는 빵이 많아요.
공항철도 가는 길
버스 대신 탈 수 있는 기차예요. 공항 지하에서 직통열차로 서울역까지 사십삼 분, 서울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고 수유까지 삼십 분. 길이 막히는 날엔 이게 더 빠른데, 짐을 들고 갈아타야 해요.